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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집 구하는 절차 4단계와 팁들

Kimedros 2022. 11. 15. 08:32

다른 나라에서 집을 구하는 과정은 모국에서 집을 구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드는 일일 수밖에 없다. 영국은 세입자의 권리를 법으로 강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의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반대로 말하면 집에 들어가고자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단점이 된다.

 

이 글에서는 한국에서 영국으로 처음 이사할 때 집을 구하는 일반적인 4단계 과정과 내 경험을 중심으로 팁을 소개하고자 한다.

 

1단계. 부동산 중개 사이트를 통한 집 찾기

영국에서 집을 구하는 과정은 먼저 Rightmove, Zoopla와 같은 부동산 중개사이트를 통해서 원하는 집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지역에 따라 상이하겠지만 내가 원하는 예산과 지역에 맞춰 좁혀 들어가면 생각보다 물건이 많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좋아 보이는 집들은 금방 사이트에서 사라진다. 다른 사람과 곧 계약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알림 기능을 활용하여 원하는 집이 등록되었을 때 서둘러 부동산에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집을 원하는 사람이 여럿이라 경쟁이 붙게 되면 집주인으로부터 간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세입자라는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로, 이때 주의할 것은 당연하게도 인터넷상에 올라온 사진과 집 컨디션 간에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은 주택이 낡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집 상태에 대하여 높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2단계. 뷰잉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서 원하는 집을 발견하여 부동산에 연락하게 되면 해당 집에 직접 방문하여 집을 살펴보는 뷰잉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단계에서부터 벌써 어려운 일이 발생하는 데, 그 이유는 처음 영국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우리는 부동산에 연락하는 이 시점에 보통 한국에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있다고 하면 입국 날짜를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에서는 대게 집을 계약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이메일에 답을 주지 않는다.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서 공급이 넘치고 수요가 부족하다면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내가 영국에 있는 동안에는 거의 항상 공급이 부족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미리 집을 알아보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영국에 미리 이동하여 에어비엔비와 같은 임시 숙소에 머물면서 집을 구하는 방법이 있다. 이삿짐을 두 번 풀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가족 중 한 명이 먼저 출국하여 집을 구하고 집이 구해지면 나머지 가족들이 뒤따라 입국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의 단점은 따로따로 이동해야 하는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다른 배우자가 뒤늦게 입국해야 한다면 혼자 어린 자녀를 케어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일전에 올린 글과 같이 유학원과 같은 곳에서 정착 서비스를 신청하여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나를 대신할 영국 현지의 대리인을 고용하여 집을 구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가장 매력적일 수 있으나 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2022.09.15 - [블로그] - 영국 정착 서비스 "알아본" 후기

 

각자 주어진 상황을 고려하여 집을 구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만만치는 않다.

 

뷰잉을 통해 마음에 맞는 집을 찾는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은데, 영국의 집들은 한국과 달리 아파트가 아닌 주택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편의시설이나 안전, 보안 시설을 기대하기 어렵고, 주택이 낡았기 때문에 집 이곳저곳이 고장 난 경우도 많이 있다.

 

고장난 집을 수리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집을 구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한데, 영국은 한국과 달리 빠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집 문이 고장 나서 집 문이 잠기지 않은 채로 몇 달을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고장도 없는 집을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주택을 구하게 될 때,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에너지 효율 등급인 EPC 등급이다. 보통 한국의 아파트에서만 거주했다면 이 EPC 등급을 간과하기 쉽다. 대게 영국의 주택들 EPC 등급은 D나 C 수준인데, 초겨울만 되어도 과장되게 말하면 바깥 날씨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춥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은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서 집 안에서도 옷을 여러 벌 껴입고 산다. 한국 아파트에서 한겨울에도 반팔로 지낸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신축 주택이나 아파트의 경우가 EPC 등급이 B 정도 된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사이트에서 집에 대한 정보 중 EPC 등급이 같이 나와있기 때문에 이를 꼭 확인해보아야 한다.

 

3. 계약 체결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한 경우 계약을 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집의 집주인과 계약서를 작성하면 2주일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납부하게 되고, 이로써 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참고로 보증금은 집주인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기관에 예치된다. 나중에 월세 기간이 만료되고 이사를 나갈 때 인벤토리 체크와 달리 집이 파손된 부분이 있거나 과도하게 지저분하여 청소비를 청구할 때 이러한 비용을 제하고 보증금을 돌려받게 된다. 그런데 이때에도 집주인 임의로 비용을 차감하는 것이 아니라 예치기관의 검토와 승인을 거쳐 비용 청구가 된다.

 

외국인의 경우, 1년 치 월세를 일시불로 지불하라는 집주인도 많기 때문에 이 점도 참고해야 한다. 1년 치 월세는 꽤 큰돈이기 때문에 한 번에 내는 것이 꺼려질 수밖에 없는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집주인은 계약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을의 입장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 한 가지 당황했던 기억은 부동산 중개사이트를 통해 보증금을 지불하려고 하는데 영국 소재 은행에서 발급한 debit 카드만 받았던 일이다. 영국에 아는 지인을 통해 대신 카드정보를 받아와 지불하게 하고 따로 돈을 계좌 이체했었다.

 

또, 이 단계에서 아마 해외 송금을 처음 해보는 것일 수 있다. 또는 몇 번 해보았더라도 큰돈이 오가기 때문에 매우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체 일자도 맞추어야 하는데 해외 이체는 국내 이체와 같이 바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날짜를 여유롭게 잡고 은행에 직접 방문해서 이체하는 것을 추천한다.

 

4. 인벤토리 체크 및 입주

마지막으로 집에 입주하는 날 키를 받고 집주인 또는 집주인을 대리하는 대리자와 함께 집 안을 점검하게 된다. 이 과정을 인벤토리 체크라고 하는데 나중에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집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절차이다.

 

만약에 인벤토리 체크 과정에서 바닥의 긁힘이나 벽지의 훼손과 같은 하자를 미리 발견하여 기록을 남겨둔다면 계약 만료 시점에 인벤토리 체크 보고서에 기록된 집의 손상에 대하여 세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중에 내가 하지 않은 집의 손상으로 인하여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인벤토리 체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인벤토리 체크가 마지막 단계인데, 만약 영국에 입국하자마자 바로 입주하는 경우라면, 장시간 비행기 타고 날아와서 피곤한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벤토리 체크를 하고 있자니 매우 힘이 들 수 있다. 그리고 처음 해보는 인벤토리 체크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 당황스러울 수 있다. 어려울 것 없이 뭔가 틀린 그림 찾기 하듯이 집에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다 사진 찍어두고 리포트에 기록해두면 된다. 그리고 입주 후 1주일 정도 지내면서 발견한 집의 문제도 다 보고할 수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영국에서 집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고, 집을 구했다 하더라도 생활에 있어서 한국과 비교하여 불편한 점이 여러 가지다. 집이 매우 춥고, 주택이므로 벌레가 많다. 집이 낡았고, 평생 해보지 않은 정원관리도 해야 한다. 최근 영국은 무더위가 심했는데, 집에 에어컨도 없어서 불편하다.

 

다음에는 영국 주택에서 느꼈던 이런 여러 불편한 점들도 써보겠다.